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콩나무 시루에 물을 주듯이
작성자 김영희 등록일 13.06.20 조회수 273

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듯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 어 령

 

콩나물 시루에 물을 줍니다.

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립니다.

퍼부으면 퍼부은 대로

그 자리에서 물은 모두 아래로 빠져 버립니다.

아무리 물을 주어도

콩나물 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

물 한 방울 고이는 법이 없습니다.

 

그런데 보세요.

콩나물은 어느 새 저렇게 자랐습니다.

물이 모두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,

콩나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성하게 자랐습니다.

물이 그냥 흘러 버린다고

헛수고를 한 것은 아닙니다.

 

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콩나물 시루에

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고 했습니다.

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것은

매일 콩나물에 물을 주는 일과도 같다고 했습니다.

물이 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는데,

헛수고인 줄만 알았는데,

저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.

 

물이 한 방울도 남지 않고

모두 다 흘러 버린 줄 알았는데

그래도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

콩나물처럼 무럭무럭 자라요.

보이지 않는 사이에 우리 아이가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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